언론을 신뢰할 수 없는 증거들.
오늘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는다.
국내 유수의 신문사들이 내놓은 기사는 절대 읽으면 안된다.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보이더라도 절대 읽으면 안된다. 이건 기사가 아니다. 그냥 '마타도어'일 뿐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최소한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하고, 기사를 쓰는 원칙만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영화 'Spotlight' 단체 관람이라도 해라.
자기한테 유리한 말을 해 줄 한 명의 말만 덜렁 듣고, '특종, 단독'의 타이틀을 달고, 자기 이름으로 기사 내는게 부끄럽지도 않나? 사실 한 명의 말이라도 들었는지 의문이다. 나도 가끔 기자분들의 전화를 받는다. 가끔 '자기가 잡은 야마'랑 내 인터뷰 내용이 다를 때가 있다. 이럴 경우 계속 질문을 하면서, 사실상 자기가 듣고 싶은 답을 유도한다. 그래도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안나오면? 전화 넘어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전화하겠지. 애초에 야마는 정해졌다. 기사도 다 써놨겠지.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줄 사람만 나오면, '기사의 빈 칸'을 채우고, 내보내겠지.
이런 상황이니 뭔 놈의 팩트 체크냐, 팩프 체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팩트 체크를 할 능력이나 되겠나 싶다. 뭘 알아야 팩트를 체크하지.
나도 욕 많이 먹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최소한 부끄러운 자료는 안 쓰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내 딸아이도 볼텐데 부끄러운 자료 쓰면 되겠나? 주가는 못 맞추더라도, 자료의 Fact가 틀리면 안된다.
난 기자가 아니고,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소설' 같은 글을 쓴다. '이렇게 저렇게 되고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될 거 같다'고 시나리오를 짜서 산업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도 근거는 정확해야 되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도 '논리적 비약'이나 '막연한 바람'이 들어가면 안된다. 시나리오의 출발이 되는 '사건'들도 내 마음대로 해석하면 안된다. 수치 계산도 틀리면 안된다. 추정에 추정을 거듭한 계산이라도 과정만은 정확해야 되고, 단위도 정확하게 써야 된다. 가끔 kW와 kWh 개념도 없는 기사를 보는데 욕을 해주고 싶다.
특히 민감한 자료를 쓸 때는 단어 선택 하나 하나, 문장의 뉘앙스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 내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장을 썼다면, 그건 100%, 글을 쓴 내 잘못이다. 읽은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아울러 내가 특히 잘 모르는 내용을 수집해서 공부해서 작성한 자료의 경우 '복수'가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확인하고 써야 된다. 내가 어설프게 이해한 것이 아닌지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두, 세군데에 물어보고 확인하고 글을 써야 된다. 참고로 이럴 때 국내 언론의 기사를 참고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근데 '에너지 업계 관계자', '현지 소식통' 이 따위 출처만으로 자기 신문의 1면을 가득 채우는 기사를 쓰다니, 이게 도대체 자기 이름 걸고, 글 쓰는 사람이 할 짓인가? 에너지 업계 관계자? 주유소 직원(주유소 직원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도 에너지 업계 관계자다. 현지 소식통? UAE 살고 있는 사람은 다 현지 소식통이겠다.
부끄러울 줄을 알아야지. 하기사 뭘 알아야 부끄러운 줄을 알지. 난 우리나라 언론이 갑자기 망가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몇 십 년동안 '정보'의 독과점적 지위 속에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외신'을 자기 의도에 맞는 문장만 몇 개 추려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해서 기사를 내도 아무도 몰랐다. 지금은? 연합뉴스의 'Tesla의 휘발유 자동차 개발'처럼 탈탈 털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서 기자들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국민이 몇 백만명은 된다. 전문 분야? 말도 안되는 기사를 쓰면, 바로 전문 분야의 지식인이 Facebook 등의 매체를 통해 양곡기처럼 탈탈 턴다. 황우석이 지금 '사기'를 치려고 했다면, 아마 바로 털렸을꺼다.
인터넷 보급과 컴플라이언스 강화로 애널리스트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제 개인 투자자들과 사실상 똑같다. 네이버 게시판에 가보면, 회사와 어떻게 했느니 저쩌니 말도 안되는 글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 요즘 까딱 하면 직장 생활이 끝날 뿐 아니라, 감옥 가고, '빨간 줄' 간다. 근데 기자는 내부 정보로 기사 써도 잡아가기는 커녕, [단독]이라고 타이틀 단다. 회사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잡혀가지도 않는다.
한 해, 한 해 점점 '정보의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당연히 내 이름 걸고, 글 써서 밥 먹고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글 써서 밥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어떻게 해야 되나? 공부해야지. 열 뻗쳐서 술 먹고, Facebook에 '덤벼라, 개인투자자' 라고 글을 올린다고, 내 평판이 좋아지겠나? 이딴 식으로 하면 몇 년 못간다. 바로 회사에서 'Bye, Bye' 한다.
https://www.facebook.com/chungjai.lee/posts/867137853468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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