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를 알기 쉽게 정리한 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제6조 4항에 최저임금 산입항목을 정해놓고,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에서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항목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항목에 포함시키고,
그것을 시행규칙이 아닌 최저임금법에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것 이 이번 개정안의 내용 입니다.
이것을 두고 노동계는 국회가, 혹은 범위를 더 좁혀서 여당이 임금 지출을 줄이려는 재계의 압력에 굴복했거나,
더 나아가 야합했다고 주장합니다.
상여금 및 수당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강력한 주장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재계가 주장하지 않았어도 국회가 나서서 먼저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상여금은 임금인가요, 아닌가요?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 받는 보상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상여금은 임금인가요, 아닌가요?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 월급이 깎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노동계는 이 간단한 질문에 우선 답을 해야 합니다.
상여금을 노동의 대가가 아닌, 사장님이 마음씨가 좋아서 그냥 얹어주는 가욋돈으로 생각한다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는 돈이니까요.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상여금은 임금이 아닌 그냥 가욋돈인가요?
우리나라의 상여금은 원래의 이름이었던 ‘보너스’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원래 주어야 할 임금을, 이름을 다르게 해서 따로 계산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명백한 임금입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임금인 것은 맞는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왜 상여금+수당이 제외됐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법은 1988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됐던 문제가
최저임금의 범위를 “기본급으로 하느냐, 통상임금으로 하느냐”였습니다.
노동자가 받는 급여 중에서 순수하게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이 통상임금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법을 제정할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통상임금은 범위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기본급은 범위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는 ‘정확성’이 중요하므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기로 하고,
통상임금의 가변적인 부분,
즉 기본급과 통상임금의 괴리가 발생하는 부분은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에서 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실질적으로 기본급과 통상임금의 차이가 크게 없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법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기본급과 통상임금의 범위가 일치했습니다.
이 당시에도 산입범위를 기본급으로 할 경우 제조업과는 달리 각종 수당이 많아
통상임금의 범위가 가변적인 서비스업 등의 직종에는 적용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 우려를 남겨둔 채 법이 제정된 지 자그마치 30년 흘렀습니다
그 사이 기본급과 통상임금의 괴리는 그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지고 복잡해져 있습니다 .
따라서 이것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이미 벌써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 괴리의 일부를 이번에 수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했어도 진작에 했어야 했고, 이번에 안 하더라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최저임금법이 바뀌면 월급이 깎인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놓고 노동계 인사들과 노동계 언론들은 모두 "최저임금 삭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골적인 선동입니다.
노동계에서 말하는 ‘삭감’은 예를 들어 산입범위를 그냥 두면 월급이 20만원쯤 오르는데 산입범위를 조정하면
10만원 밖에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삭감'이라고 하면 150만원의 월급이 145만원 정도로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최고로 양보했을 때 ‘임금 인상 삭감’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어도
어떤 경우에도 ‘임금 삭감’이 벌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더구나 '최저임금 삭감'은 악의적인 선동입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5월 23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임금삭감 효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 했습니다.
(여기도 당치도 않게 "임금삭감"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
그러나 이 보고서를 보더라도 '임금 인상 삭감'분이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5% 인상에 산입범위가 현행+정기상여금+급식·통근비까지 모두 산입했을 때
(그들이 말하는 소위) '삭감폭'은 51%입니다.
즉 산입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 산입하더라도 15% 인상했을 경우 49%의 인상효과는 있다는 얘깁니다.
왜 노동계의 주장과는 달리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삭감분이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을까요?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총 임금에서 상여금과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과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알바생과 같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상여금이고 수당이고 아예 그런 것 없습니다.
임금 구조가 복잡해서 어쩌고 하는 얘기는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노동자들의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영향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없고,
민주노총 소속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인상 기대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것뿐입니다.
'삭감'은 당연히 없고 최저임금 인상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총 연봉이 최저임금선을 훨씬 넘어서 있으면서도 임금 구조가 복잡해서
상여금과 수당의 비중이 큰 노동자들은 산입범위 조정의 영향이 큽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한 푼도 못 올려 받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놓고 온갖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유의 단면을 짐작하게 합니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이지 임금 인상의 수단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이란 “그래도 먹고 살려면 노동자 1인당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선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157만원입니다.
그 157만원의 구성이 기본급으로만 되어있든, 상여금을 포함한 것이든, 무슨 무슨 수당을 포함한 것이든,
“그래도 먹고 살려면 한 달에 얼마는 받아야 한다”는 선이 157만원이라는 것이고,
그 선을 국가에서 보장해주겠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러한 기본 취지를 무시하고 최저임금 제도를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올해 기본급 157만원에 상여금과 수당, 복리후생비 등으로 20만원 정도를 받아
총 임금이 177만원인 노동자가 있다고 칩시다.
이 분은 내년에 상여금·수당·복리후생비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되더라도
최저임금이 15% 인상된다면 총 임금이 181만원으로 오릅니다.
그리고 이 분은 내후년,
즉 2020년에 목표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받아
임금이 209만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다른 인상 요인이 없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정기인 내년에만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일부만 받게 되는 것이지,
그 다음 해부터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경기도 좋아지고 회사도 잘 돼서 최저임금 혜택을 받지 않고도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기본급 157만원에 상여금·수당·복리후생비 등으로
143만원을 추가로 받아 총 임금이 300만원인 노동자가 있다고 칩시다.
계산해보나마나 이 노동자는 산입범위가 조정되면 내년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노동자는 만약 산입범위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최저임금이 올라갈 때마다
꼬박꼬박 임금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재계에서 기를 쓰고 산입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는 논리는
이처럼 기본급은 157만원인데 상여금·수당·복리후생비가 그 규모를 훨씬 뛰어넘어
총 임금이 300~400만원 정도가 되는 노동자도 수두룩하며,
이들까지 대폭 인상되고 있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월급을 올려주려면 감당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노동계가 이렇게 산입범위 확대 저지에 목을 매다는 이유 역시 반대의 방향이지만 같은 내용입니다.
이런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바탕으로 월 300~400만원씩 받는 노동자들도
굳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계속 받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양심적으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월 급여가 300만원이 되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는 일인가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기본급으로 묶어놓으면 저임금 노동자 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노동자들도 국가가 알아서 매년 임금을 인상시켜주는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노동계의 주장은 그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중위 소득 노동자들도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최저임금 제도에 계속 얹혀가겠다는 것입니다.
임금 인상은 임금 인상의 방법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선을 넘어서 있어도 그것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임금 인상’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노력하고, 혹은 투쟁해야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산입범위를 가지고 물고 늘어질 게 아니라
산입범위는 정상적으로 만들어놓은 다음에 최저임금 자체를 인상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평균임금이든, 중간임금이든, 아니면 최저생계비든 사회가 납득하고 동의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서
1만원에 그칠 게 아니라 1만 2천원이든, 1만 5천원이든 최저임금을 올리도록 주장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산입범위를 가지고 총파업을 하니 마니 할 일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의 수준을 한참 벗어나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더 이상 최저임금 제도에 기대지 말고
임금 인상을 위한 원래의 방식으로 노력을 하든지 투쟁을 하든지 해야 합니다. 얼마든지 지지하고 격려하겠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기본급으로 묶어놓고
최저임금 제도와는 사실상 무관한 중상위층 노동자의 임금 인상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합니까?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을 놓고 '임금 삭감’이라느니
"최저임금 삭감'이라느니 식의 악의와 허위에 가득찬 프로파간다는 제발 그만 두십시오.
최저임금과는 아무 관계없는, 300~400만원 받는 노동자들도 괜히 자기 월급 깎이는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해합니다.
더 나아가 이제 겨우 최저임금 덕을 보는 '진짜' 저임금 노동자들도 행여 최저임금까지 삭감되는 줄 알고 불안해합니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고 향상시키는 것이 노총의 할 일이지,
노동자들을 쓸 데 없이 불안에 떨게 하는 게 노총이 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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