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없는 노무현 세상
노무현을 이겼던 상대의 연설 수준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 허태열의 연설중 일부임)
공약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지역감정만 부추기는데도 저게 먹히던 시절.
저딴 연설에도 박수를 치며 웃는 청중들을 보고, 허탈한듯 웃는 노무현.
저런 꼴을 보고도 지지 않고 끝까지 싸우면서 뿌려놓았던,
당선이 유력했던 종로를 마다하고 굳이 부산에 내려가 뿌려놓았던 그 씨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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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싹을 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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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을때
많은분들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 그렇게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그때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보니까 불행하게도 불안한 예측이 맞아서
아무도 저를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라
이렇게 요새는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아니면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이렇게 위로해줍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한 약속
그리고 이 시대가 저에게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다 할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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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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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어리를 품었던 사람
모두가 이로움을 좇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사람
시대가 짐지운 운명을 거절하지 않고
자기자신 밖에는 가진 것 없이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
그가 떠났다
스무 길 아래 바위덩이 온 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한 아내의 남편
딸 아들의 아버지
아이들의 할아버지
나라의 대통령
그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
그를 가슴에 묻는다
내게는 영원히 대통령일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
그 사람
노무현
옛 임금의 궁궐 안뜰에서 열린다
정권과 검권과 언권에 서거 당한 대통령의 영결식
죄없는 죽음을 공모한 자들이 조문을 명분 삼아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쓰고 앉아 지켜보는 그 영결식
그래도 나는 거기 가야만 한다
내 마음속의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작별하기 위해서
검정 싱글 정장을 깨끗이 다려두고
넥타이를 고르면서 묻는다
꼭 검은 것이라야 할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매고서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
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넥타이를 고르며 눈을 감고 꿈을 꾼다
5월 29일 서울시청광장 노제에서
노한풍선 백만 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7년전 우리가 나누었던 그 간절한 소망이
봄풀처럼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것을
시대가 준 운명을 받아안고
그 운명이 이끄는대로 삶을 마감했던
그이의 넋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백만개의 노란풍선에 실려
운명 따위는 없는 곳
그저 마음가는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으로
다시 눈을 뜨고
넥타이를 고른다
옷장 한켠에 오래 같혀있었던
노랑넥타이
넥타이를 고르며 / 유시민 09년 0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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