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천일염 논쟁
다시보니 일뽕글로 보이는 활어회 논란
23화 [황교익] 맛없는 활어회를 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
이 글의 주제는 "활어회는 맛없고 비위생적이며 비경제적이다"이다. 아래에 이런 댓글이 붙을 것이다. "황교익, 당신은 활어회 맛을 모르는군." "한국인은 일본인과 달라. 한국인의 미각에는 쫄깃한 활어회가 최고지." 심지어 "황교익은 선어회 장사꾼이다"도 있을 것이다. 활어회 문제를 꺼낼 때마다 늘 이랬고, 이 문제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활어회를 버리겠지 싶어 이렇게 또 여기에다 쓴다.
용어 정리부터 하겠다. 활어회는 수조에 생선을 살려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그때에 잡아 회를 쳐서 내는 음식이다. 선어회는 생선을 산지나 시장, 또는 식당에서 미리 잡아 살만 발라서 숙성을 하고 손님이 오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내는 음식이다. 선어회는 숙성회라고도 한다.
활어회가 맛 없는 것은'과학'이다
활어회는 맛이 없다. 이것은 과학이다. 생선은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덩이 살로 숙성을 하여야 비로소 맛있어진다. 숙성 과정에서 감칠맛의 이노신산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살의 조직도 탄력 있는 부드러움을 가지게 된다. 한국인은 넙치와 도미, 우럭 같은 흰 살 생선의 회를 즐기는데, 이들 생선은 활어로 먹는 게 더 맛있다는 말이 돈다. 이는 숙성회를 먹는 일본인과 차별화하려는 민족감정의 발로일 뿐이다. 흰 살 생선도 숙성을 하여야 맛있다.
살아 있는 생선을 잡아서 바로 먹으면 그 조직이 질기거나 퍽퍽하다. 차지다는 느낌은 없다. 한국인은 그 질긴 식감을 쫄깃한 것으로 착각한다. 조직감이 차지다는 것도 자세히 음미해보면 차진 게 아니라 질기거나 단단한 것을 두고 이런다. 입에서 오돌오돌 씹히는 것을 말한다.
한국인은 유독 턱에 힘을 주고 씹는 것을 즐기니, 그 질기고 단단한 활어회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생선회를 단지 조직감만으로 즐기겠다면 비싼 광어나 도미를 먹을 필요가 없다. 사철 간재미가 싸니 이 질긴 간재미회만 챙겨 먹어도 그 조직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활어회는 단지 맛 문제만 걸리는 게 아니다. 활어를 나르는 수조차에는 생선보다 몇 배나 많은 바닷물이 들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먹지도 않는 바닷물 나르느라 길에다 돈을 펑펑 뿌리고 있다. 그 바닷물은 바다로 다시 가져가지 않는다. 육지에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킨다. 횟집에서는 생선을 살리느라 수조에다 산소발생기와 냉각기를 돌린다. 손님이 있든 없든 24시간 돌려야 한다. 위생에도 문제가 있다.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활어회가 맛없다는 말은 나를 비롯하여 전문가들이 참 많이도 떠들었다. 심지어 정부에서, 한때였지만, 선어회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적도 있다. 싱싱회 사업이라 하였다. 전국 바닷가에 싱싱회 가공 센터를 두고 거기서 전처리를 한 생선살덩이를 진공포장하여 공급하였다. 센터 대부분이 문을 닫고 일부가 운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든 말든, 활어회 신화는 더 극성을 부렸다. 도저히 활어회로 먹을 수도 없는 생선들까지 활어회로 먹는다. 심지어 대구며 민어를 살려두었다가 회로 뜨는 것도 본다. 내 입맛이라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건 과학적으로 맛없는 것이니 대놓고 입맛 자랑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방송 탓이 크다
생선회이니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 조상들도 먼 옛날부터 생선회를 먹었다. 그러나 그런 옛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바다가 있는 지구상의 수많은 지역에서 그 정도의 일은 다 하였다. 근대 이후 외식에서의 생선회 개념을 누가 세웠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생선회보다 사시미라는 말을 더 흔하게 썼다. 식당의 회 뜨는 법과 먹는 법 등은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의 영향을 받아왔다.
일본의 사시미는 번창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든 일본식 횟집이 있다. 각국의 여러 횟집을 다녀본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외국의 횟집에는 수조가 없죠? 일본에도 없고. 그런데 왜 한국의 횟집은 수조가 있지요? 일식집에도 있고." 드물게, 일본에도 수조에 생선을 살려두는 횟집이 있기는 있다. 이벤트를 강조한 횟집일 것인데, 활어회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횟집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어떻든, 일본의 생선회는 거의가 선어회이다.
한국의 횟집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인데, 어떻게 하여 한국에서는 선어회를 버리고 활어회를 선택하였는지 나 역시 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한때는 "한국인은 원래 활어회를 좋아하는 미각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가봐" 하고도 생각하였다. 그러나 활어회가 맛있다고 고집하던 이들도 선어회를 경험하게 해주면 그 생각을 금방 바꾸었다.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문제가 방송이다. 바다와 어부, 생선 등이 주제이면 반드시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배 위에서 먹는 생선회이다. 바다에서 막 올려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그 자리에서 뭉텅뭉텅 썰어서는 출연자든 어부든 입에 가득 물고 엄지를 치켜들면서 "최고에요"를 외친다. 거짓말이다. 연출일 뿐이다. 살이 뭉클하고 질기며 비리다. 분위기 탓에 맛있다고 착각할 수는 있어도 결코 맛있는 생선회일 수는 없다. 어떻든, 방송에서 이런 장면을 자꾸 보여주니 생선회는 막 잡아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고 각인된다. 방송인들이여, 이제 이거 그만하자. 피해가 너무 크다.
불신사회의 생선회
2013년 JTBC 미각스캔들에 출연할 때였다. 여기서도 활어회 문제를 다루었다. 선어회가 더 맛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개하였다. 그 방송을 알리는 포스트에 한 분이 이런 댓글을 올렸다.
"선어회가 아무리 좋아도 사기 공화국 한국에서는 절대로 안 된다. 냉동에 부패한 생선도 유통되고도 남는다. 원산지 속이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데 양식장에서 집단폐사한 생선도 선어로 유통될걸~~?? 선어는 전국민이 신용으로 똘똘 뭉쳐진 일본에서나 가능하다. 한국의 국민성에서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고, 이내 가슴이 저리게 아팠다. 이 댓글은 활어회 신화 뒤에 숨어 있는 한국인의 비틀린 심리를 눈치 보지 않고 직설로 헤집고 있다. "활어회 아니면 믿을 수가 없다"는 불신의 마음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때에 방송에서도 나도 비슷한 말을 하였었다. 횟집 주인과 손님 사이의 불신에 관한 것이었다.
"손님은 수조에서 생선을 선택하고 회 뜨는 것을 지켜보잖아요. 못 믿겠다는 것이지요. 남이 먹다 남긴 생선회를 자신의 접시에 올려주지 않을까 의심을 하는 것이지요. 서로 믿지 못하는 이 불신의 사회가 한국인이 맛없는 활어회를, 그것도 비싸게, 먹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내 눈앞에서 회를 뜬 것이 아니면 안 먹을 거야.' 현재 대부분 한국인은 딱 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맞다. 이 수준에서는 선어회가 시도될 수가 없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하여도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정치가 국민 수준에 맞추어지듯, 음식도 국민 수준에 맞추어 공급된다.
이 불신의 한국인들을 나는 적극적으로 말린 생각은 없다. 그 수준의 사람들끼리 맛없는 활어회를 서로 웃으며 (속으로는 절대 믿지 못할 인간이라 생각하면서도) 팔고 사면 된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한국인끼리 서로 믿음이 없다는 것에 너무 마음 상해하지도 마시라. 어쩌겠는가, 내가 원해서 태어난 나라, 내가 원해서 선택한 국민이 아니지 않은가. '불신지옥 한국'에서 한바탕 뒹굴다 가면 될 일이다.
http://storyball.daum.net/episode/15474
법률이나 사회적 관념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취향에 관해서는 옳고 그른 게 없는데
위에 글을 보면 내 취향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비꼬니까 문제인 거죠.
맛이란 것이 딱 정해진 정답이 없는거고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야지요.
'그 수준의 사람들끼리 맛없는 활어회를 서로 웃으며...' 이건 싸우자는 말이잖아요.
선어회를 좋아하면, 왜 좋은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만 잘 설명해도 충분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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