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시사2017. 11. 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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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그림자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터져버렸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죽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모른 채 죽어야 했다



<개미>



내 마음을 몰라주던 너희들과

이 답답함을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세상에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경비원>



벅벅, 문질러도

흐릿해질 뿐 지워지지 않는다

하얀 벽지가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벅벅, 문질러도

흐릿해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생채기 난 마음은

새살을 돋아낼 줄 몰랐다



<곰팡이>



글과 글 사이에

사람들은 많은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사실은 공백에 지나지 않는다



<공백>



너에 대한 마음을 삼키고

그리움을 토했다



<그리움>



네가 걷는 길

혹여 돌멩이라도 차일까

흙먼지 일으키며 돌멩이를 치웠지


이젠 돌멩이도 차이지 않는 길에

네가 외로워 할까

꽃을 꺾어 길 위에 뿌려 두었지


너는 꽃길을 걸어라

나는 꺾인 꽃이 될 테니



< 길 >



어둠을 뚫고

힘찬 비 바람 견뎌

피워냈더니

인간의 이기심에 꺾여야 했다



<꽃>



너와 걷는길 지옥이라도

내게 꽃밭이거늘



<꽃밭>



꿈처럼 있던 일들이기에

꿈처럼 사라질 것이다



<꿈>



그 사람이 불행해지길 빌었다

정작 그로 인해 불행해진 건

'나'였다



<나>




너는 내게

나쁜 것만 준다

나는 네게

좋은 것만 주는데

그래도

나는 괜찮다

네게 주는 나쁜 것도

내겐 좋은 것이 되니까

그러니

마음만은 베지 않았으면 했다



<나무>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곳에서 죽었다

외롭지 않은 죽음이었다

죽어서도 함께였다



<낙엽>



우리는 사랑을 해 보지도 않았음에도

완벽한 이별을 할 수 있었다

너는 바다고

나는 하늘이였으니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너와 나의 거리>



외로워서 울었다

그런 내게 날라오는건

모진 돌멩이뿐이었다


조금만 울다갈게요, 내게 다음 계절이란 시간이 없어요



<매미>



한번 버림을 받으면

그 타이틀은 지워지지 않는다

잊히지는 않았지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명왕성이라 불렀다



<명왕성>



깊은 바다

높은 하늘

넓은 우주

아가페적 사랑

인간의 가늠을 넘어선

무한정의 것들



< 무한 >



발끝에 닿이는

후회와 참회들을

나는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툭툭

옆으로 밀어낸다

차마, 걷어차지는 못한 채



<미련>


눈을 뜨면 네가 없어

눈을 감아야 너를 볼 수 있는 밤



<밤>



마음이 베여

방안이 너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無>



손등으로 막아보지만

손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너였던가



<빛>




(
1)


내 존재가

너에겐 고통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더 깊숙이 숨어야 했다
빛이 보이지 않아도
너의 곁이라면 좋다고 생각했다

 


(2)

너는 부정하기 시작했다
곁에 머무르는
나를

 


(3)

한 평생
빛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와 함께 있고 싶음은
나의 욕심이었던가

 


(4)

손 틈새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5)

빛을 보던 날
내가 있던 자리엔
그 누구도 없었다
조차도

 



<사랑니>



너는 무엇이기에
항상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걸까



<생각>



여름 끝자락에 내린 소낙비는
너도
나도
젖게 만들었다


너는 옷이 젖고
나는 마음이 젖어있었지



<소낙비>



스며들어간다
네가, 내게
생각과 마음 사이로



<스며드는 것>



너의 오늘이
내일의 밑거름이 되어
그 다음날에는
예쁜 꽃 한 송이가 되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너와 나 사이에
하나의 선이 있다
내가 긋고, 너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런 선 하나를
나는 인연이라 불렀다


<인연>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잠긴 마음은
파도 위로 떠오를 줄 몰랐다



<파도>



너의 
마음으로
가득 차버린
나는
터져도 행복할 테니



<풍선>



상처에
너의 생각을 문지르면
꽃이 필 것 같다



<피어나>



햇볕에 마음을 말렸다
더 이상
그에 대한
마음이 젖지 말라고



<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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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osted by 자취생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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