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검은 그림자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터져버렸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죽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모른 채 죽어야 했다
<개미>
내 마음을 몰라주던 너희들과
이 답답함을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세상에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경비원>
벅벅, 문질러도
흐릿해질 뿐 지워지지 않는다
하얀 벽지가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벅벅, 문질러도
흐릿해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생채기 난 마음은
새살을 돋아낼 줄 몰랐다
<곰팡이>
글과 글 사이에
사람들은 많은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사실은 공백에 지나지 않는다
<공백>
너에 대한 마음을 삼키고
그리움을 토했다
<그리움>
네가 걷는 길
혹여 돌멩이라도 차일까
흙먼지 일으키며 돌멩이를 치웠지
이젠 돌멩이도 차이지 않는 길에
네가 외로워 할까
꽃을 꺾어 길 위에 뿌려 두었지
너는 꽃길을 걸어라
나는 꺾인 꽃이 될 테니
< 길 >
어둠을 뚫고
힘찬 비 바람 견뎌
피워냈더니
인간의 이기심에 꺾여야 했다
<꽃>
너와 걷는길 지옥이라도
내게 꽃밭이거늘
<꽃밭>
꿈처럼 있던 일들이기에
꿈처럼 사라질 것이다
<꿈>
그 사람이 불행해지길 빌었다
정작 그로 인해 불행해진 건
'나'였다
<나>
너는 내게
나쁜 것만 준다
나는 네게
좋은 것만 주는데
그래도
나는 괜찮다
네게 주는 나쁜 것도
내겐 좋은 것이 되니까
그러니
마음만은 베지 않았으면 했다
<나무>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곳에서 죽었다
외롭지 않은 죽음이었다
죽어서도 함께였다
<낙엽>
우리는 사랑을 해 보지도 않았음에도
완벽한 이별을 할 수 있었다
너는 바다고
나는 하늘이였으니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너와 나의 거리>
외로워서 울었다
그런 내게 날라오는건
모진 돌멩이뿐이었다
조금만 울다갈게요, 내게 다음 계절이란 시간이 없어요
<매미>
한번 버림을 받으면
그 타이틀은 지워지지 않는다
잊히지는 않았지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명왕성이라 불렀다
<명왕성>
깊은 바다
높은 하늘
넓은 우주
아가페적 사랑
인간의 가늠을 넘어선
무한정의 것들
< 무한 >
발끝에 닿이는
후회와 참회들을
나는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툭툭
옆으로 밀어낸다
차마, 걷어차지는 못한 채
<미련>
눈을 뜨면 네가 없어
눈을 감아야 너를 볼 수 있는 밤
<밤>
마음이 베여
방안이 너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無>
손등으로 막아보지만
손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너였던가
<빛>
(1)
내 존재가
<사랑니>
너는 무엇이기에
항상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걸까
<생각>
여름 끝자락에 내린 소낙비는
너도
나도
젖게 만들었다
너는 옷이 젖고
나는 마음이 젖어있었지
<소낙비>
스며들어간다
네가, 내게
생각과 마음 사이로
<스며드는 것>
너의 오늘이
내일의 밑거름이 되어
그 다음날에는
예쁜 꽃 한 송이가 되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너와 나 사이에
하나의 선이 있다
내가 긋고, 너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런 선 하나를
나는 인연이라 불렀다
<인연>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잠긴 마음은
파도 위로 떠오를 줄 몰랐다
<파도>
너의
마음으로
가득 차버린
나는
터져도 행복할 테니
<풍선>
상처에
너의 생각을 문지르면
꽃이 필 것 같다
<피어나>
햇볕에 마음을 말렸다
더 이상
그에 대한
마음이 젖지 말라고
<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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