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을 찍었다
시사2017. 12. 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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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흑백사진을 찍었다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 자폐 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 갔으며
날고 바래어 희미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로 뚜렷해지던
누가 등 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 거다
_
김남주, 사랑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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