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남자, 정치적 경호실장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가셨던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가고자 하셨으나 가지 못하고 쓰러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가고자 했으나 가지 못한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 유시민-
노무현의 남자, 정치적 경호실장..
온갖 비아냥과 모욕을 함께 감수했던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曰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는지 안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노무현과'에 속하는 정치인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정치인인데.. 꼭 한번 소개 하고 싶습니다.
오늘 제가 그렇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은..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줬습니다."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 문재인曰
"(당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유 대표님은 정치인들 가운데서
능력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겸비하고 있는 드문 분이다.
그 점에서도 노 대통령님과 닮았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나라, 어떤 사회로 가야 할 것인지 그에 대한
역사의식이나 비젼, 이런 것이 노 대통령님과 정말 생각이 비슷했다.
게다가 그 때보다 훨씬 더 발전된 비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노 대통령님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한다."
"재야 출신 선배들이 노무현을 우습게 아는 것도 저는 좀 우스워요.
이 사람은 경제 전문가들과도 얼마든지 토론을 할 수가 있는 사람이고,
또 자갈치 시장 아줌마들과도 대화를 할 수가 있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왜 노무현을 사람들이 평가해주지 않는가?
전 굉장히 서운해요.
특히 학생운동 출신 선배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
또는 386의원들조차도 그런 기색을 보이는 것,
이런 것은 솔직히 말하면 노무현이 대학 안 나왔다고 차별하는 거예요."
"만일 노무현씨가 일정 정도 수준의 대학을 다녔고 거기서 민주화운동, 학생운동과
일정 정도의 연관을 맺은 상태에서 오늘까지 왔다면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요.
사람들이 너무나 노무현을 가볍게 생각한다. 그 점이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서운하고
이것 역시 운동권 출신들의 오만이다 이거는.. 그렇게 보고
제가 이렇게 노무현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중요한 정서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른바 '서울대 출신' 중에서 나도 좀 잘났다는 얘길 들은 사람인데
'내가 노무현 밑에서 확실히 기고 들어가서 그 사람을 위해서 일할 의사가 있다'
이걸 난 보여주고 싶어요. "
"노무현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그럴 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고,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기여를 한 사람이고..
왜 이것을 인정해주지 않는가?
그 점에 대해서 저는 운동권도 주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운동권도 주류다, 오만이다. 그렇게 보는거고.."
대답하지 못한 질문
유시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시대가 와도 거기 노무현은 없을 것 같은데..
사람 사는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야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2002년 뜨거웠던 여름, 마포 경찰서 뒷골목
퇴락한 6층 건물 옥탑방에서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노무현의 시대가 오기만 한다면야 거기 노무현이 없다한들 어떻겠습니까."
솔직한 말이 아니었어.
저렴한 훈계와 눈먼 오해를 견뎌야 했던
그 사람의 고달픔을 위로하고 싶었을 뿐.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개인적으로 욕을 먹을지라도
정치 자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반을 버려서 선거제도를 바꿀 수만 있다면야
더 큰 의미가 있는거 아닌가요?"
대연정 제안으로 사방 욕을 듣던 날
청와대 천정 높은 방에서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국민이 원하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시지요."
정직한 말이 아니었어.
진흙투성이 되어 역사의 수레를 끄는 위인이 아니라
작아도 확실한 성취의 기쁨에 웃는
그 사람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었을 뿐.
"세상을 바꾸었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온 것만 같소.
정치의 목적이 뭐요?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지켜주는 것 아니오?
그런데 정치 하는 사람은 자기 가족의 삶조차 지켜주지 못하니..
도대체 정치를 위해서 바치지 않은 것이 무엇이오?"
수백 대의 카메라가 마치 총구처럼 겨누고 있는 봉하마을 사저에서
정치의 야수성과 정치인생의 비루함에 대해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물을 가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셨습니다."
확신 가득한 말이 아니었어.
그 분노와 회한을 함께 느꼈던 나의 서글픈 독백이었을 뿐.
그는 떠났고, 사람 사는 세상은 멀고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거기 있는데..
마음의 거처를 빼앗긴 나는 새들마저 떠나버린 들녘에 앉아
저물어 가는 서산 너머 무겁게 드리운 먹구름을 본다.
내일은 밝은 해가 뜨려나..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나는 아직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욕망과 욕망이, 분노와 맹신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흙먼지 날리는 세상의 문턱에 서성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시]
"어떤 사람 좋아할 때 그 사람이 완벽해서 좋아해요?
엄청 훌륭하기 때문에만 좋아합니까?
아니잖아요.
사람 좋은 건 그냥 좋은 거 잖아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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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구요.
뭔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쏟아지는 화살 같은 비아냥과 모욕을 선뜻 나눠 가지며
최전선에서 방패가 되어 한 남자를 지키려 했던 사람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했던 사람
참으로 닮아 있던 두 사람
우린 그를 통해 노무현을 만나기도 하고,
가슴 속 피어오르는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고맙기도,
그리고 많이 미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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