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시누이 언니 때문에 펑펑 울었네요
시사2018. 8. 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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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년 봄에 결혼 앞둔 20대후반 예비신부입니다.
지난 일요일 상견례를 했어요.
저는 엄마와 단 둘이고
신랑될 사람은 부모님 두분, 누나한명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때 부모님 가게 건물에 불이 나서
그때 아버지를 잃었어요.
그 때 사고로 엄마는 다리를 다치셨는데 그 후로 다리를 조금 절면서 걸으세요.
상견례를 앞두고 엄마가 걱정이 많으셨어요.
처음 남자친구를 소개할때도 엄마가 다리 불편하신거에 대해
혹시라도 제가 주눅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셨었는데..
상견례를 하려니 예비 시댁에 혹시라도 책잡힐까.. 하는 그런 마음이 크셨겠죠.
아빠도 없이 한쪽 테이블에 여자 둘이 앉아있는게 초라해보이면 어쩌니. 하면서
상견례 자리 가면서도 많이 긴장하셨거든요.
예비 시부모님이 정말 인자하시고 좋은 분들이세요.
저희 엄마께 여자 혼자몸으로 고생하면서 애지중지 키운 딸인만큼
공주처럼 살 수 있도록 우리 아들한테 신신당부 하겠습니다~ 하면서
아버님도 웃으면서 말씀해주시고..
그 자리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식사중에 예비 시누, 편하게 언니라고 쓸게요.
아무튼 언니가 화장실에 가고 저희 엄마도 화장실에 간다고 따라 나갔는데
(룸들이 칸칸이 있는 일십집이었어요)
조금 있다가 밖에서 큰소리가 나는거에요.
어떤 아줌마가 저희 엄마한테 버럭버럭 화내고있고.
저희 엄마는 계속 죄송하다고 어쩔 줄 몰라하시고..
큰소리 듣고 나간 예비 시부모님과 저랑 남자친구도 상황파악이 안돼서 놀란채 보고만있고..
어떻게 된 일이냐면..
언니가 세면대에서 손을씻고 그 옆 세면대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분도 손을 씻고 있었대요.
저희 엄마가 볼일 보고 나와서 세면대쪽으로 걸어가다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지셨어요.
넘어지면서 휘두른 손에 옆에 올려놓았던 그 아주머니의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구요.
세면대 옆 벽에 걸려있는 핸드워시통이 금이 가서 세정제가 흘러 바닥에 고여있었는데
저희 엄마가 그걸 밟고 미끄러진거에요.
그 아주머니가 저희 엄마께 소리를 지르며 소란스러워지니까
레스토랑 직원들이 달려가고.. 다른 손님들도 구경하고..
아줌마 코트가 하얀색이었는데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 세정제도 다 범벅되고 더러워졌더라구요.
저희 엄마는 계속 죄송하다고만 하구요..
저는 그 상황만 봐서는 엄마가 실수한건줄알고
저도 가서 죄송하다고하고 세탁비 변상해드린다고 하니
얼마짜리 옷인줄 아냐며 노발대발..
근데 저희 엄마 다리가 불편할걸 보고서
몸도 성치 않으면서 왜 이런데 다니면서 민폐를 끼치냐며 너무 심하게 말하는거에요.
그때 언니가 그 아줌마한테 엄청 화를 냈어요.
지금 뭐라고하셨어요?
본인 옷 망가져서 기분나쁜건 이해하겠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그 상황에서는 넘어진분께 괜찮냐고 물어보고 일으켜드리는게 먼저 아닌가요?
사과드리고 변상한다고 했잖아요.
비싼 옷 걸치고 나왔으면 그에 맞는 수준을 갖추고 매너있게 행동하세요.
내눈에는 아줌마 귀따갑게 소리지르는게 더 민폐같네요.
라면서 앙칼지게 얘기하더라구요.
그말듣고 아줌마는 더 화내고 ..
레스토랑 직원들이 진정하시라며.. 조용한곳에 가서 얘기하자는데
언니가 차분하게 상황정리를 해줬어요.
어쩌다 넘어지게 돼서 이 사단이 났는지.
그리고 따박따박 따졌어요.
화장실에 저렇게 물비누가 쏟아져있으면 몸이 성한 사람도 밟고 미끄러지는데
하물며 몸이 불편하신 분은 어떻겠냐,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일이 생기게 하는거냐고.
양가가 상견례하는 중요한 자리라 일부러 신경써서 좋은 식당 예약해서 왔는데
중요한 가족 행사도 망치고 이렇게 사돈 될 분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이 식당 예약한 우리 부모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겠냐.
넘어지면서 어디 잘못되지 않았는지 병원에 가서 검사 다 해볼테니까 다 보상하라고.
그제서야 식당 책임자가 와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그 아줌마 코트 변상하기로 하고.
추후 치료비가 발생한다면 그것또한 책임진다고 하면서
그아줌마 돌려보내고
다시 룸으로 들어왔어요.
예비시부모님은 엄마께 너무죄송하다고 괜찮으시냐고..
언니는 아까 그아줌마한테 더 제대로 따지지못했다고 씩씩거리고있고..
엄마가 사돈처녀가 도와줘서 다행이었다고 고맙다고 하는데
오히려 언니는 비누 쏟아져있다고 조심하라고 미리 말씀드렸으면 안 넘어졌을텐데
제가 주의하지못했다고 죄송하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는거에요..
나는 딸내미가 돼서 그상황에 엄마가 괜찮은지 물어보지도 않고 같이 사과나 하고 있었다는게 화도 나고..
다리 다친게 죄도 아닌데 그 때문에 엄마가 이 자리에 나오면서 걱정하던것부터 지금 이상황까지..
모든게 다 서글프고 엄마한테 미안하고.. 이런저런 감정들이 섞여서
진짜 애가 울듯 엉엉 울었어요.
언니한테 감동도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연애하면서 언니를 몆번 봤지만 항상 불편했거든요..
무뚝뚝하고 말도 별로없고..
남자친구도 자기 누나 까칠하고 지극히 개인주의라서
식구들한테 관심도 없고 지밖에 모른다고 항상 그래서ㅠ
솔직히 결혼하고서 사이좋게 지낼수 있을까 걱정도 됐거든요..
그날밤 처음으로 언니에게 먼저 전화가 왔어요.
어머님 괜찮으신지, 내가 너무 격하게 화내서 사람들이 더 구경하려들고 해서
어머님이 난처하셨을것같다고 미안하다며..
아까 너무 많이 울던데 혹시 나때문에 창피했냐며..ㅠ 그런거 절대 아니에요.
비록 그 자리는 망쳤지만
제가 정말 좋은가족이 생긴것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솔직히 언니가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반한것같아요..하하
음.. 마무리를 어떻게해야하죠?;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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