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 이기주

시사2017. 11. 2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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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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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다만 틈을 만드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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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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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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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런 음식 곁엔 특정한 사람과 특정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呼出한다.

/p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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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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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눈물은 기억에도 있고, 또 마음에도 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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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p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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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젠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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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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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새로운 걸 손에 넣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무작정 부여잡기 위해 애쓸 때보다,

'한때 곁에 머문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것을 되찾을 때 우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더 오랜 기간 삶의 풍요를 만끽한다.
인생의 목적을 다시금 확인한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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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공백空白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p248




- 언어의 온도 /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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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취생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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