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통찰력

시사2017. 12. 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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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독일과 같은 조 된 건 한국에 행운"

-F조 편성을 분석한다면.

“포트 4의 팀을 뺀 포트 1~3에 속한 팀들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계산해보니 F조가 위에서 2번째로 높더라. 우리 조에 그만큼 좋은 팀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국이 들어가는 순간 전체 5위로 떨어진다.




-한국이 팀 평균을 깎아먹는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FIFA가 강 팀, 중간 팀, 약 팀을 한 조에 골고루 넣으려고 조 추첨 방식을 이번처럼 바꾼 거다. 어차피 어느 조를 들어가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럼 우리는 일찌감치 월드컵을 포기해야 하나.

“희망적인 건 독일이 우리 조에 있다는 거다.”

-독일처럼 막강한 팀이 3전 전승을 하고 한국을 포함한 3팀이 2위 다툼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독일처럼 확실한 팀이 있는 게 우리 같은 최약체에는 오히려 좋은 거다. 독일은 3승을 해줄 수 있는 팀이다. 다들 좋다고 말하는 H조(폴란드 콜롬비아 세네갈 일본)의 경우 폴란드는 압도적으로 3승을 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콜롬비아나 세네갈과 비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은 최약체에는 기회가 없다. 반면 독일이 3승만 하면 우리는 멕시코, 스웨덴을 상대로 1승1무만 거둬도 16강이 가능하다. 우리가 독일에 3점을 뺏기는 게 아쉽지만 독일이 멕시코랑 스웨덴을 상대로도 3점을 가져가 준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1승1무가 가능하겠나.

“2017년 12월 3일, 오늘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 전력으로는 정말 최선을 다한다면 멕시코, 스웨덴과 비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기기는 힘들다.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 ‘잘 해봤자 비길 수밖에 없는’ 멕시코와 스웨덴을 상대로 한 경기는 비긴다고 쳐도 나머지 한 경기는 이길 수 있게, 뒤집을 수 있게 만드는 게 대표팀의 숙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대회도 아니고 월드컵에서는 상대가 공을 잡으면 우리 11명 전원이 곧바로 수비할 수 있어야 한다. 2002년과 2010년에 이걸로 우리는 성공했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공격, 미드필더, 수비 할 것 없이 100% 수비에 가담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가장 큰 패인은 양쪽 윙 포워드가 수비를 안 한 것이었다. 거기서 상대가 밀고 들어오니까 우리 진영에서 무너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격축구는 수비부터 시작된다. 골을 안 먹으면 공격도 되는 게 축구다. 반대로 실점하면 공격이고 수비고 다 안 된다. 지금은 공격수들에게, 특히 유럽에서 뛰는 공격수들에게 수비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표팀이 남은 7개월 동안 이걸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이번 조가 희망적이라고 느껴진다. 다시 말하지만 3전 전승을 할 수 있는 독일이 있으니까.”




-멕시코, 스웨덴의 팀 컬러와 한국팀을 비교해보면.

“멕시코는 북중미에서는 ‘대장’이지만 바로 옆 남미와 비교하면 ‘약자’다. 그래서 멕시코 축구는 수비도 강하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 탄탄한 수비가 바탕이 된 팀이다. 두 팀 다 우리와 똑 같은 패턴이다. 결국 1골 싸움이 될 거다. 변수는 스웨덴, 멕시코는 한국을 무조건 잡겠다는 목표를 세울 거라는 점이다. 그들이 평소 했던 수비를 단단히 하고 공격하는 익숙한 패턴을, 한국전에서는 버리고 공격 중심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걸 노릴 필요가 있다.”




-선수단에 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심리적인 부분이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힘든 이유가 뭘까. 실력이 떨어지는데(월드컵에 출전하는 강 팀에 비해)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없다는 거다. 멘탈은 다부지고 피 터지게 싸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긴장하지 않는 것도 멘탈이 강한 거다. 월드컵 나가면 엄청난 압박감, 패배, 실패, 비난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걸 없앨 순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하지 마’ ‘기대하지 마’ ‘칭찬만 해 줘’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이걸 다 이겨내면서 자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정신적인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이 위원의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지도자, 선수가 미팅에서 자연스럽고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진짜 두렵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시간 지나니 괜찮더라’고 하는 등 서로 긴장했던 마음, 극복했던 순간을 공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선수들끼리는 이런 이야기 잘 안 한다. 그런 부담이 다들 있으면서도 각자 감당하고 이겨내려고 한다. 혼자 짊어지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지기는커녕 증폭된다. 명심해야 한다. 두려움은 서로 나눌 때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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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취생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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