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시사2017. 8. 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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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할아버지 과학 선생님이 우리 반을 맡았다. 머리가 반쯤 까진 할아버지 선생님은 우리 동네를 도시로 생각할만큼 깡시골에서 오셨다고 했다. 


가장 사춘기의 여자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무시했다. 자고 떠들고 킬킬거리고 여자애들은 할아버지 선생님의 늙고 따분한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 선생님은 그래도 늘 성실하셨으며 최선을 다했고 수업 끝날 때마다 숙제를 내줬다.


그런데 거의 모든 아이가 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계속 불쌍해졌다. 그런데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은 수업 대신에 자신이 만들어온 설문지를 돌렸다. 자신의 수업이 왜 싫은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수업을 들을 것인지 그 애들의 생각을 물었다.


여자애들은 철이 없고 버릇이 없어서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그대로 썼다. 어떤 애는 할아버지가 너무 늙어보여서 싫다고 했고, 어떤 애는 할아버지가 재밌는 얘기 하나 없이 수업만 해서 싫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받아들이기엔 너무한 심한 말들투성이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선생님은 머리를 빡빡 밀고 모자를 쓰고 오셨다. 그리고 어느 날은 빨간색, 어느 날은 노란색.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젊어보이는 색으로. 늘 정장차림이었던 선생님 머리 위에 두건, 어느 날은 야구모자... 그걸 보고 여자애들은 더 킬킬거리고 웃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유머모음집 같은 이름의 책을 사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한 페이지씩 읽으셨다.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러자 그 버릇 없던 애들이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숙제를 꼬박꼬박 해오는 애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선생님 이후로 여태 그런 어른을 본 전 없다. 사춘기 여자애들의 생각 없는 말들을 진심으로 수용하고 노력했다. 분홍색 자켓을 사입고 빨간 두건을 두르는 것은 그에게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닮고 싶은 어른이다.




출처 : 어느 누군가의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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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취생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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